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성인이 된 후로는 명절이 즐겁지가 않다.
온통 일하고 돈 나갈 일만 가득한 명절.
물가는 오르고, 먹고 살기는 갈수록 팍팍해지는 요즘.
안하던 쿠팡플렉스를 다시 하러 나왔다.
부모님 용돈도 챙겨 드려야 하고,
아이들 세뱃돈도 챙겨줘야하고…
명절 선물..
아이들 입학과 졸업.
이럴 때 쿠팡으로 조금이라도 벌어서 보태야
하던만큼 적금도 하고 유지가된다.

올해는 보너스 떡값 같은 것도 없고..
난방비는 왜 이렇게 많이 올랐을까.
작년 보다 덜 썼는데 폭탄처럼 나온다.
뭐 아무튼간에 이래저래 사는 게 팍팍해졌으니,
명절 전날인 오늘 쿠팡플렉스를 하러 나왔다.
모든 일은 남들 꼭 쉬어야만 하는 날
일을 해야 돈이 좀 되는 것 같다.

배송지는 길 눈이 훤한
우리동네 걸렸으면 좋겠다..
하고 있는었는데 그럴리 없음.
희한하게 우리아파트는
단 한번도 걸린 적이 없다.
방금전에도 내가 쿠팡으로 주문한 물건을
두고 가는 기사님도 계셨었는데.
그 물건 내가 들고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ㅋㅋ

저번주에도 나갔었는데..
단가가 많이 줄었다.
인근배송이란 게 생겼는데,
물건을 우리 집 바로 근처에 있는
미니캠프에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배송지는 그닥 바뀐게 없긴 하다.
그나마 좀 편하게 느껴지는데
그래서 그런지 단가가 많이 줄어든다.
개당 단가가 850원, 550원.
신선박스 배송도 이 가격임.
그리고 물건도 하나씩 찾아서 직접 분류를 해야했다.
그럼에도 하는 이유는 프로모션 때문.
남들이 꼭 쉬는 명절날 일을 하니
일당은 꽤 쏠쏠하게 모이는 편이다.
특히 명절 당일은 주간배송 프로모션이 크다.
대충 박스와 비닐 새벽배송의
평균값인 700원에
80~100건을 한다고 계산하면
5만6천원에서 7만원 정도.
여기에 프로모션 단가가 붙으면
10만원 초 중반대는 나오는 듯.

겨울이라서 날씨는 추워지고,
영하의 기온으로 뚝 떨어진 한파에
땅을 얼고.. 배송이 쉽지만은 않다.
아마 그래서 프로모션을
좀 더 챙겨주는 거겠지.
결혼 전에는 광고 일을 했었고,
출산을 한 뒤에는 집에서 주로
컴퓨터로하는 업무를 봐왔던터라
현장일이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살을 파고 드는 추위를 느끼며
물건을 날라보긴 처음.
손끝에 유리 파편이 파고드는 듯한
찌릿한 느낌이 들고..
피부 사이사이가 따끔거린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게 바로 손이 트는 느낌이었다.

금쪽같은 남편 혼자 보내기 뭐해서
우리 부부는 꼭 둘이 다니고 있는데,
새벽배송을 하다보면 무서운 길도 많고
험한 길이 많아서 남편이 더 많이 배송을 한다.
그래도 힘들다 소리 안하고 퇴근해서
또 이렇게 나오는 걸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생활력 있는 남편을 만나서
요즘처럼 힘든시기에도
잘 이겨내며 사는구나 싶다.

겨울 배송에는 핫팩을 하나씩 챙겨가지고 오면 좋다.
주머니에 손 넣을 시간이 없긴 한데,
잠깐 잠깐 엘베에 있을 때나 차에 있을 때
사부작거리면서 만지고 있으면
손이 아려오는 고통이 조금은 줄어든다.

오늘은 쿠팡플렉스 새벽배송을 하며
공포스러운 일도 몇 가지 있었다.
새벽에는 보통 사람들이 다 잠을 자기 때문에
문 앞 배송을 한다.
사람을 마주칠 일이 없었는데
물건을 놓고, 촬영은 한 뒤에
배송 완료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문이 조금 열리면서..
문 뒤로 사람 팔 하나가 쑥 나왔다.
그리고는 물건만 집어서 사라졌다
낮이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새벽 4시 이십몇분…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주변도 어두운 그 시간에.. ㅋㅋ
그런 일을 경험하면 좀 섬뜩하게 느껴진다.
배송을 하다보면 멀지 않은 곳에
별의별 집이 다 있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대부분 집은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쿠팡플렉스로 새벽배송을 하다 보면
주거 형태가 참 다양하다는 것을 느낀다.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고,
입구가 길과 아예 맞닿아 있지 않아
남의 집 틈새를 뚫고 지나가야 나오는 집.
차가 못들어 가는 긴 골목에 여러세대가 있기도 하고..
주차장이 세대로 들어가는 입구를 막은 집도 많다.
대문이 있으나 밀면 그냥 열리는 집도 있고,
자박 거리는 발소리에 예민하게 짖어대는
개가 살고 있는 집도 있다.
무당의 신당에도 배송을 가고,
불법 업소같은 곳에도 배송을 간다.
모르고 가도 대문 앞에만 서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곳.
그새벽..대낮같은 PC방에
물건을 전달하기도 하고,
노인요양보호원에도 방문한다.
모두가 잠든 시간 한적한 도로를 뛰어다니면서
산타처럼 조용히 물건만을 내려놓고..
사라지는 이 일은..
몸은 좀 힘들어도
사람 스트레스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5층 이상의 빌라 중 끝층과 지층은
물건과 쓰레기를 잔뜩 앞에다
쌓아놓고 사는 집들이 많고,
빌라에 배송을 하는데 6층 이상 층수이면
엘레베이터가 있고,
반드시 현관비번을 누르는 집이다.
현관이 그냥 열려있는 빌라나 건물들은
1층과 2층까지는 불이 잘 들어와도
3층 이상 층수부터는 불이 깜빡이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는 곳이 많다.

쿠팡플렉스 새벽배송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이렇게까지 벌어서 뭐 하나 싶기도 하고..
이거 조금 더 모은다고
내 삶이 크게 달라질까 싶기도 하다.
불만스럽게 보였던 보금자리가
얼마나 좋은 공간인지
새삼 깨닫기도 하고..
모르겠다. 그냥 계속해서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뿐...
놀면 뭐하나..
쿠팡플렉스 새벽배송으로
명절연휴 새뱃돈 벌기는 오늘도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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